“한국은 현재 비기독교 국가 가운데서 복음화되는 첫째가는 국가가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. 우리는 한국이 일본이나 중국 등 이웃 나라들과 같이 군사 대국이나 통상 대국이 되리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. 그러나 그 나라가 하나의 기독교 국가, 하나의 영적 강대국이 될 수는 있지 않을까?”
이는 1910년 6월 ‘에딘버러세계선교사대회’에 한국교회 대표로 참여한 사무엘 모펫(Samuel A Moffet) 선교사가 발표한 논문에 나타난 우리나라의 선교 상황이다. 당시 영국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에는 전 세계 1200여명의 선교사 등이 모여 세계선교를 위한 효과적인 전략을 모색했고 교회 연합과 협력이 절실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.
이 대회는 그 규모뿐 아니라 에큐메니컬 선교의 새로운 출발점이자 세계 각지의 선교 현황과 과제를 체계적으로 논의했다는 점에서 선교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사건으로 평가된다. 대회가 열리기 전 선교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가 이뤄졌고 ‘비기독교 국가들에 대한 선교’ ‘선교현장의 교회’ ‘국민생활의 기독교화에 연관된 교육’ 등 9개 분과별, 지역별 선교자료가 모였다. 이 자료는 선교대회 현장에서의 토론과 분석을 거쳐 5000장 분량의 보고서와 발표문으로 기록됐다.
이 방대한 분량의 문서를 3년간 10여명의 선교신학자들이 우리말로 번역한 ‘에딘버러세계선교사대회 연구총서’(연구총서·사진)가 최근 출판됐다. 한국연합선교회가 발간한 연구총서는 대회의 보고서 등 9권과 이 대회를 분석한 에든버러대 브라이언 스탠리 교수의 저서 1권으로 구성돼 있다.
103년 전 고문서가 현재의 선교현장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. 전문가들은 “지금 우리가 고민하는 선교전략이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”고 입을 모았다.
정기묵 장신대 교수는 19일 “우리는 파송 2위 국가로 성장했으나 선교사 교육문제, 선교지 문화와 충돌을 빚는 문제 등 당시 선교대회에서 치밀하게 논의된 주제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”고 지적했다. 장훈태 백석대 교수는 “선교 역사의 흐름이 북반구 중심에서 남반구로 전환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증기선과 기차를 타고 한자리에 모여 선교전략을 논의했던 열정에 찬 선교사들의 비전을 되새겨봐야 한다”고 강조했다.
무엇보다 우리나라의 젊은 선교사들의 헌신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103년 전의 뜨거운 소명의식을 돌아봐야 한다는 것. 실제 연구총서의 ‘불신 세계 개관’을 주제로 한 보고서에선 “헌신적인 신자들을 포함해 예수 그리스도를 자신의 주와 구주로 모시는 한국인의 수는 족히 20만명이나 된다”면서 한국의 복음화 열기를 전했다. 또 “한국어 이외의 어떤 언어도 그렇게 짧은 기간에 기독교적 사상과 용어를 그 언어로 옮겨 전할 수 있었던 언어는 없었을 것”이라고 덧붙였다.
“한국교회는 선교하는 교회이다. 그래서 하와이, 캘리포니아, 멕시코, 만주에 이민 가서 살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있다. 한 한국인이 선교사를 찾아와서 이렇게 말했다. 그는 한국사람 10만명이 살고 있는 칭따오에 많은 산적이 있고 먹을 양식도 많지 않으며 많은 사람이 땅굴을 파고 그 속에서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. 그는 거기에 가서 복음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. 그에게는 아들 셋이 있으므로 그 아이들이 중국 사람들 사이에서 성장하게 되면 중국말을 너무 잘 배울 수 있을 것이고 그들은 중국 사람들을 향한 선교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. 이런 성품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 한국교회가 순조롭게 성장하는 것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.”
연구총서의 출판예배는 지난 15일 인천 주안1동 주안대학원대학교에서 열렸다. 앞서 한국연합선교회 등은 이 대회 이후 100년의 선교 역사, 전략 등을 주제로 한 90여편의 논문을 담은 10권짜리 논문집을 2011년 발간했다.
김경택 기자 ptyx@kmib.co.kr